Mac Ayres: 연주할 수 있는 악기만큼 다채로운 삶과 음악 상봉 조감도 : 2024년 2월
Mac Ayres : 연주할 수 있는 악기만큼 다채로운 삶과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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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서른이 된 한국 청년은 불안하다. 언제부터 남들의 시선 또는 자신의 한계에 갇혀버렸다. 때로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발버둥 쳤다. 정답이 있다고 확신하며 그렇게 하루를, 한 달을, 그리고 일 년을 보냈다. 그러나 공허했다.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이때, 마음속에는 주파수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라디오처럼 어렴풋이 지지직대는 소리가 있다. “… 싶은 대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았지만 외면했다. 그러던 중 한 아티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청년이 처한 현실에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아티스트가 전하는 말과 멜로디는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청년이 감정이입했던 그 아티스트는 바로 맥 에이레스(Mac Ayres)다."
책의 머릿말처럼 적어 두었던 내용입니다.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음악은 언제나 제 곁에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곡들이 맥 에이레스가 만들어 낸 작품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그의 음악을 들으면 현실에서 가졌던 생각과 고민이 물렁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는달까요. 가사는 물론 멜로디와 악기들의 조화로움에서도 특유의 분위기와 공명하게 됩니다.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지구 반대편 자유의 여신상을 끼고 있는 도시에 나고 자란 청년의 음악에, 왜 그리 마음이 가고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의 모든 음악을 듣고 인터뷰 영상을 보고 나니, 이윽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 들어가기 전에 ⚠️
아래의 내용들은 맥 에이레스의 인터뷰와 앨범, 곡의 설명을 참고하여 각색한 내용입니다. 출생년도나 앨범 발매일 등과 같은 시간적 사실들은 전부 그대로 옮겨왔지만, 그 외의 가사를 해석한 내용이나 감상 등은 다분히 제 생각이 담겨 있는 '뇌피셜'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소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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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에이레스는 1996년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일찍이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죠. 게다가 베이스까지 다루게 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최적의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요.
이러한 다재다능함 덕에 그는 본인이 직접 연주하고 녹음한 데모들을 사운드클라우드나 스포티파이에 올렸습니다. 이때 조 조나스(Joe Jonas)가 그의 작업물을 듣고 매료되어 샤라웃(shout-out)하면서, 아티스트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이후 버클리 음대 작곡과로 진학했으나, 더 많은 곡을 만들어낼 줄 알았던 본인의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부딪혀 그는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되죠.
전화위복이었을까요? 이전부터 작업한 곡까지 한데 모아 맥 에이레스는 2017년 첫 번째 앨범 [Drive Slow]을 발매합니다. 인트로까지 총 9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당시 R&B 장르의 반향이었습니다. 스무 살 청년의 끝없는 자기 의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긴 앨범은 이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빌보드 2017 R&B Top 15중 13위에 오르게 됩니다. 해당 차트에 순위로 오른 아티스트들이 SZA, Daniel Caesar, Thundercat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었음을 감안하면, 쾌조의 시작이라 볼 수 있죠.
숱한 청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는 삶의 순간마다 고민했고 또 노래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수록곡의 일부에 ‘wake up’이라는 ‘(잠에서) 깨다’라는 어구로 반복적으로 담은 것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본인을 자각했던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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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한 추천 곡
[Mac Ayres - Easy]
[Drive Slow]의 수록곡들은 '비교적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즐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에 더해 제목처럼 밤에 드라이브하면서 들으시면 더욱 좋고요. 대부분의 노래가 Rhodes 신시사이저를 통해 몽글몽글한 분위기와 밤거리의 불빛을 연상케 합니다. 딱 요즘과 같은 날씨에 퇴근하면서 듣기 적합합니다. 그중 한 곡만 들어야 한다면 역시 [Easy] 아닐까요. 때로는 달콤한 멜로디로, 때로는 씁쓸한 가사로 만끽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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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해인 2018년, 그는 곧바로 두 번째 앨범인 [Something to Feel]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11곡의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삶의 ‘정답’을 찾으려 하는 의지가 보입니다. 때로는 미드템포의 그루브로, 때로는 경쾌한 드럼과 함께 본인이 가진 고민을 흘려보내거나 쪼개거나 하면서요.
사운드 이펙트나 음악의 구성적인 면에서도 레이어가 쌓인 듯합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맥 에이레스는 앨범을 발매하기 전에 생애 처음으로 LA를 가보거나 유럽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했습니다. 거기서 얻은 이미지와 분위기를 영감으로 삼아 한 층 더 다채로운 음악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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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을 이용한 추천 곡
[Mac Ayres - Waiting]
이제는 본인의 방향성도 자신있게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7번째 트랙 [Waiting]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실력으로 증명하며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과 나눌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납니다. ("Last year everybody had their doubts, This year every single show sold o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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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Something to Feel]은 컨템포러리 R&B 또는 네오 소울의 한 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다양한 악기와 사운드를 사용하는 때에 장르를 구분 짓는 게 모호할 수는 있지만, 흔히 얘기하는 '그루브한, 소울풀한, 경쾌한, 리드미컬한' 느낌을 온전히 얻을 수 있는 앨범이죠. [Waiting]과 또 한 곡을 추천한다면 [Get to You Again]을 꺼내고 싶습니다. 늘어지는 리듬으로 시작하다 후렴에는 더욱 고조되면서 빠져드는 곡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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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맥 에이레스 본인과 주변을 둘러싼 삶에 얽힌 문제, 방향성, 정답 따위와 같은 고민은 이제 그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들을 애써 떨쳐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또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냅니다.
앨범 커버 이미지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2019년의 [Juicebox] 앨범은 리드미컬한 분위기와 더욱 짙어진 그의 음색과 감성을 암시하듯 기타 연주에 빠진 본인의 모습이 커버 이미지로 사용되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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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발매된 [Magic 8ball]은 몽환적이며 반복적인 음악과 속삭이는 듯한 코러스까지 담긴, 무한(8)에 빠져드는 마법 같은 앨범입니다(사실 인터뷰에서 그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팬임을 밝히며 코비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고, 코비의 등번호와 세상을 먼저 떠난 고등학교 야구부 주장 친구의 등번호가 8번으로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Comfortable Enough]은 스스로가 느끼는 불안, 의심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 속에서도 얼마든지 ‘편안할’ 수 있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그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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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에이레스와 그의 노래에 빠져든 이유는, 시간이 흐르며 그가 가졌던 고민과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그와 제 삶이 평행이론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었어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고, 존재 가치를 의심하고 삶의 방향성에 대해 탐구했으며, 결국 인생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을 찾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 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 에이레스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지만, 이제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최근 앨범 [Comfortable Enough]의 수록곡의 제목을 순서대로 이어 붙이면, 두 사람이 대화하는 듯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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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건네주는 것입니다. 뭔가 바뀌어야 해요. 충분히 편한 척을 계속할 수 없어요. 더 이상 저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길을 잃었다고 느끼신다면, 제가 당신의 안식처가 되어드릴게요. 그러면 다시 기분이 괜찮아질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모든 것이 변하면서 괜찮아질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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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촬영한 사진과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leeplay님의 맥 에이레스 플리를 추천드립니다. 이 분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끊기지 않고 자연스러운 곡 전환'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는데요. 각기 다른 앨범에 속한 곡인데도 어쩜 물 흐르듯 한 곡처럼 연결시키시는지,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좋았습니다. 특히 영상 초반에 [Slow Down]에서 [Stay]로 넘어가는 구간은... 더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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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추천드릴 플레이리스트는, 미발매된 곡들로 이루어진 영상입니다. 약 30분 가량의 이 영상은 맥 에이레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일 겁니다. 정제되지 않은 듯 거친 사운드로 이루어진 곡들이라, 사운드클라우드 감성을 물씬 풍기네요. 썸네일처럼 흑백 이미지에 어울리는 분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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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최애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떤 스토리가, 어떤 노랫말이 여러분에게 매력적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삶의 선택이 쌓이면 취향이 되듯이, 일상에 색을 입혀 주는 노래들을 하나씩 모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처럼 굳이 한 명의 아티스트로 뒤덮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그저 여러분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 짜릿함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치 있는 것이니까요. 다가오는 3월은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함께 은은한 하루들로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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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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