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조감도 : 2024년 9월
선택과 아쉬움 |
|
|
안녕하세요 님. 하루아침에 선선하다 못해 쌀쌀해진 9월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진득했던 것 같아요. 기간도 길고, 습도와 불쾌지수는 날로 높아졌죠. 그러다 추석 연휴를 지나며 비가 한 차례 세게 오고 나니 거짓말처럼 시원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 이제야 안부를 여쭙습니다. 달에 한 번 보내는 레터의 특성상 여러 순간을 한데 모아 전해드리기 때문에 시의적절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님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고요. (소통은 이 레터에 답장을 주셔도 좋고, 레터 마지막 '이번 뉴스레터 어땠나요?'에 남겨 주셔도 좋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환영이고요!)
최근 러닝을 꾸준히 하는 중입니다. 호흡과 보폭에 집중하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만약 러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좋아하던 축구만 계속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러닝을 끝내고 가볍게 샤워하던 중, 더 깊은 생각으로 나아갑니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던 제주, 만약 제주를 안 갔더라면?' '그때는 취업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으려나?' |
|
|
이번 달은 이렇게 '선택'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달이었습니다. '만약에' 게임을 꽤나 좋아하는(근데 이제 MBTI는 항상 S인) 저로서는 흥미로운 한 달이었달까요. '이렇게 선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그 선택에 따라오는 감정들을 되짚어 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아쉬움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것 같은데요. 이게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어떨 적에는 그 아쉬움 때문에 후회와 미련이라는 더 큰 감정을 낳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쉬움을 딛고 한층 더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
|
|
그래서 이번 달의 주제는 '선택과 아쉬움'이라고 잡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심지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지하철은 몇 번째 칸에 탈지, 버스에 올라타 어느 자리에 앉을 것인지부터 새로 나온 아이폰을 바꿔야 할지, 바꾼다면 PRO로 바꿀지 PRO MAX로 바꿀지와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의 끝에는 필연적으로 감정이 남게 됩니다. 많은 표현을 뭉뚱그려 '좋다', '싫다'로 나타낼 수 있고, '뿌듯하다' 혹은 오늘 많이 다루게 될 '아쉽다'는 감정도 있습니다. 아니, 잠깐. 그런데 선택과 감정, 특히 아쉬움을 다루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이게 왜 '취향을 다루는' 뉴스레터랑 무슨 상관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제게 아쉬움이란 것은 새롭고 건강한 마음을 다질 수 있게 하는 도구였기 때문입니다. 전과는 다르게 이 감정을 좋아하게 되었고, 또 그럴 수 있게 옆에서 큰 도움을 준 요소들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볼까요. 이번 한 달 동안 님은 어떤 선택들을 하셨는지. 또 어떤 형태로 아쉬움이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
|
|
언제나 선택의 연속입니다. 삶이라는 것은요. 문장의 순서를 바꿔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우리는 살면서 선택이라는 녀석과 수없이 마주치게 됩니다. 오죽하면 B(Birth, 삶)와 D(Death, 죽음)사이에는 C(Choice, 선택)이 있다는 말도 있을까요.
수많은 선택을 지나치면 얻게 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진부하지만 돈과 명예가 있을 수 있고, 또 사람들의 인정이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 등이 떠오릅니다. |
|
|
이번에 주목하고 싶은 건 '감정'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쉬움'이라는 감정인데요. 많고 많은 감정 중에서 왜 하필 아쉬움이냐 한다면, 아쉬움은 인간이 '선택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가장 밀접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경험을 빗대어 말씀드린다면, 아쉬움은 선택이라는 개념에 가닿을 수밖에 없는 단어입니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피어납니다. 또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우리는 스스로 어떤 동기에 의해 행동하고 생각하며 선택을 내립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그 선택을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때에 따라 다양한 '아쉬움'을 느끼고 표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걸', '(이 좋은 데를) 진작에 와볼걸', '(백종원 빙의하며) 두 개 시킬걸' 등과 같은 고민이 이를 증명합니다. 요즘의 제 마음속에 있는 아쉬움은 '조금 더 오래전부터, 꾸준히 글을 쓸걸'이라는 형태입니다. |
|
|
이때 아쉬움이 커지면 커질수록 '미련'으로 변질되기 쉬워집니다. 과거에 하지 못한 것을 현재까지도 그럴 수 없음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죠. 반면, 아쉬움을 잘 다루어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의 '글쓰기'에 대한 제 아쉬움을 예로 든다면, 예전부터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앞으로의 발전은 생각지 못하고 '내 글은 쓸모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한편,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럼에도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면서 발전하고자 했던 마음이 이전에 못 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덮어주었습니다. |
|
|
하지만 아쉬움을 그저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되려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나타날 때 무엇을 활용하여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음악이 제격이었습니다. 음악은 과거 한순간의 감정을 현재로 끌고 오기도, 반대로 지금 느끼는 감정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해소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음악과 감정은 자주 연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할 때 듣기 좋은 알앤비', '~한 기분에 제격인 팝송' 등 플레이리스트 영상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죠.
어떤 선택을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거나 아쉬움이 남았던 날이 있나요?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깊고 고요한 밤에 문득 감정이 뛰노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몇 번이고 그 선택을 되뇌며 '그러지 말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때에 기분 전환하기 좋은 셋리스트를 짤막하게 준비했습니다.
🎧
(곡을 클릭하시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꼭 어쿠스틱으로..)
가사를 음미할 때도 있고, 멜로디에만 심취하는 경우도 있어 조금 일관성이 없어보일 수 있지만, 그간 있었던 아쉬움들을 털어버리고 다시 뭐라도 시도해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던 곡들이었습니다. |
|
|
한편, 최근 아쉬움의 빈도가 현저히 낮아졌음을 체감합니다. 건강한 대화를 나누면서 인사이트를 얻으며 그 틈을 메웠기 때문인데요. 대화에 참여한 분들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이후에 들었던 생각을 글로 다시 한번 정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대화의 소재로 등장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connecting the dots' 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표현으로도 유명한 이 문구를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연결되는 것이 많고,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도움을 주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대화의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보이신 분들과 여러 문장을 나누며 느꼈던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은 단어는 '동질'과 '동경'입니다. 아쉬움이 줄어드는 이유와도 연결되는데요. 하나는 '전혀 다른 사람들도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라는 동질감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멋진 분들이 많다, 나도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동경심을 품었습니다. |
|
|
여전히, 앞으로도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며, 아쉬움 또한 느끼게 될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는 말처럼, 아쉬움이 삶의 곳곳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갈무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음악과 대화가 제 방식이었던 것처럼요. 님이 아쉬움을 흘려보내는, 혹은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올해가 벌써 100일도 안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제 상봉 조감도도 3번의 레터를 더 보내드리면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동시에 1주년이 되는 때이기도 하죠. 한 달에 한 번씩 취향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 아쉬움도 찾아오곤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쉬움을 잘 소화해 더욱 '조감도다운' 레터를 위해 하나씩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을 부디 끝까지 지켜봐 주신다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
|
⚠️
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