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편의 글과 열두 개의 취향 상봉 조감도 : 2024년 12월
1년간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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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몽글몽글한 연말 분위기 잘 느끼고 계시나요? 네, 드디어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2024년은 님에게 어떤 1년으로 기억될까 궁금하네요. 또 다가올 2025년은 어떻게 맞이하실지 기대가 되고 응원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게 2024년은 '파도'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 멀리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세차게 다가와 부서지기도 했고, 그 높낮이와 시원함과 매서움과 시림과 차가움과 아득함 따위가 한 해의 구석구석을 휩쓸고 지나간 듯해서요. 이 부분은 레터 끝에서 한 번 더 다루도록 하죠.
또, 그렇게 물결을 느끼고 나니 보이는 흔적들이 썩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알게 모르게 '성장'한 것도 같고 '깊어진' 것도 같아요. 물론 어디까지나 예전의 저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딱 1년 전의 뉴스레터, 그러니까 처음 발행한 2023년 12월의 내용을 훑어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네요. (여전히 서른과 어른에 대해서는 저와 먼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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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의 레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번 12월은 연말 정산의 느낌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다소 개인적인 욕심과 억울함이 담겨 있는데요.
Youtube Music이나 Spotify에서 제공하는 연말 결산, Wrapped, Recap을 아시나요? 제 딴에는 꽤 오랜 시간 앱을 이용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해당 데이터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한을 이번 레터에 풀어내는 것이 비교적 합당한 행위라고 느꼈습니다.
과연 두서없는 글이 어떻게 열두 번이나 이어졌을지 신기하게 보면서, 또 '혼자서 열두 달을 용케 해냈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가볍게 소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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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연말 정산에서 '정산'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꼼꼼하고 자세하게 계산하는 것, 혹은 그 계산'이라고 합니다. 이 의미로 미루어 보건대 역시 숫자와 관련지을 수밖에는 없겠다는 말이겠죠. 그래서 '상봉 조감도'와 관련한 다양한 숫자를 키워드 삼아 한 해를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수일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한참 별 볼 일이 있거든요.
아무튼, 앞서 말씀드린 음악 앱의 Recap처럼, 평소에 좋아하는 '핑계고'의 연말 시상식처럼, 우리만의 작고 귀여운 결과 보고회 느낌으로 한 해를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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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구독자 수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2024년 12월에 새롭게 신청해 주신 분들까지 포함하여 총 44분이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계십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상당히 고맙습니다. 열두 번의 레터를 무사히 전해드릴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님을 포함한 여러분들의 존재 덕분입니다.
갑작스럽게 제 마음에서 일렁인 표현과 창작의 욕구가 이렇게 지속될 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정말 돌발적이고 즉흥적으로 실행했던 프로젝트였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뿌듯하기도, 스스로 기특하기도 합니다. 이 기회를 빌려 구독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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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 시작할 때 '이런 걸 해보겠다!'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알렸던 터라 그 힘을 바탕으로 23년 12월 첫 달에 무려 19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그 이후로는 증가율이 극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았는데요. 한 달에 많게는 5명이 신청해 주시거나 한 분도 신청하지 않은 달도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꾸준함'을 위해서는 볼륨을 키우는 것보다 '내가 이 정도의 에너지 레벨로 계속 발행을 해낼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게 더욱 가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감정을 자양분 삼아 튼튼한 뿌리를 먼저 내리게 되었죠.
그런 점에서,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두 분씩 제 언행과 취향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이 생겨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혼자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도 분명 의미 있고 기쁜 일이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때 더욱 배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확실히 뉴스레터를 지속할 수 있게 된 큰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상봉 조감도'가 만약 기업과 같은 하나의 조직으로, 구독자 수를 매출에 비유할 수 있다면 전년 대비 매출 200% 증가가 이루어진 셈이겠네요. 이럴 때 보통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주어지곤 한다는데, 저는 '성'과 '급'을 나누지 않고 공평하고 야무진 레터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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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도 물론 중요한 지표 중 하나지만, 제게는 또 다른 흥미로운 수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평균 오픈율과 클릭률인데요. 오픈율은 님의 메일함에 제 레터가 도착해 있고, 님이 그것을 '열어보는' 순간 집계되는 수치입니다. 클릭률이란 레터 안에 다양한 링크들과 버튼들을 직접 '눌러보는' 비율을 뜻하죠.
23년 12월 첫 레터부터 지난 11월까지 총 12개 레터의 평균 오픈율은 79.5%에 달합니다. 사실 이 수치가 단독으로 눈에 들어왔을 때는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했죠. 그래서 스티비에서 제공하는 '스티비 고객 이메일 지표'를 확인해 봤는데요. 1천 명 미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평균 오픈율은 업종을 불문하고 대부분 50% 미만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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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균의 함정, 집계 기간의 차이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개인 뉴스레터로 이만큼의 오픈율을 달성한 건 꽤 뿌듯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자마자 바로 읽지 않으시더라도, 레터의 존재를 인지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고 보듬어 주시고 사랑을 주시고 이해해 주시고 아량을 베풀어 주시고 용기 주시고 헤아려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박수까지 쳐주셔서 감사할 뿐이지요.
한편, 클릭률은 평균 24.475%로 약 1/4 정도의 구독자분들이 눌러 주시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부분은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인 것이, 레터 가장 아래에 있는 '이번 편 어땠나요?' 버튼을 제외하면 별다른 클릭 요소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다르게 말하면 뉴스레터의 내용과 연관되는 다양한 설문이나 정보 등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이를 좀 더 보완할 수 있도록 기획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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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구독자 수, 평균 오픈율과 클릭률이 정량적인 지표로 숫자 그대로 의미가 있다면, '이번 편 어땠나요?' 버튼을 통해 남겨주시는 리뷰의 수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제게 다가옵니다. 글을 읽고 난 후기 혹은 답변을 유심히 읽을 때면 갑자기 제 주변이 밝아지면서 알 수 없는 충만함과 효능감, 살아 있음 등의 상태를 느끼거든요.
그 이유는 남겨 주시는 리뷰를 볼 때면 제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을 공감하는 분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영감을 전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감사함과 겸손함이 동시에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1년 동안 총 22건의 리뷰가 쌓였습니다.
한편, 이 리뷰의 특이한 점은 구글 폼을 통해 익명으로 받았던 터라 저도 어떤 분이 언제 적어주신 건지 도통 알 길이 없다는 것인데요. 단어 선택이나 문체로 어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적당한 거리감을 만들어 주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듯합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조금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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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에 좋아하고 자주 쓰는 표현이 바로 '선한 영향력'인데요. 글에서 이걸 느끼셨다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매우 부족함에도 근사한 평을 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표한 것, 그러니까 '하나의 취향,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레터가 되는 것'에 알맞은 리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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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촌철살인과도 같은 평으로 서늘함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신 분도 계십니다. 정확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개인 뉴스레터의 한계를 짚어주신 리뷰인데요. 언제부터인지 정말로 '뉴스레터의 홍수'라고도 할 만큼 엄청난 양과 종류의 레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빛을 발하려면, 적어도 의미 있는 레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감사한 리뷰이기도 했죠. (여전히 그 고민은 끝나지 않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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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아마 9월 레터의 주제, '선택과 아쉬움'과 연관된 것이 아닐지 추측해 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아닌 누군가의 선택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이처럼 작은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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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소 귀엽고 깜찍한 후기들도 있었습니다. 신선 코너에서 발견되어야 할 것만 같은 레터(스)로 인식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한 번보다 더 많은 횟수로 발행한다면 저도 구독자분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오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단은 월 1회로 유지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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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몇몇 레터 안에 작은 참여를 유도했던 구글 폼도 있었습니다. 총 12개의 레터 중 4개에서 이를 담아봤는데요. 각각 와인, 영화, 긍정적 사고, 그리고 재즈와 관련된 레터였습니다.
위와 같은 설문을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독자분들이 레터를 읽기만 하는 것보다 직접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조금은 비밀스럽게, 조금은 개인적일 수 있는 나만의 취향을 주인장인 상봉과 나누면서 얼마간의 재미를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죠.
그것이 잘 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위의 구글 폼 모두 참여율이 높지는 않았거든요. 시간을 내어 기꺼이 작성해 주신 분들께 압도적인 감사를 드립니다. 한편, 이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또 다른 방식으로 내년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좀 더 나이스하고 재밌는 참여를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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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하나씩 취향을 만들고 찾아보며 그에 대한 생각을 늘어 놓다보니, 어느새 해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사실 잘했다, 잘못했다는 평가보다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알지 못하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며 흥미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상봉'이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던 기회랄까요. '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표현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록이라는 행위의 관점입니다. 적어둔 글을 다시 다듬으며 어떤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지, 문장의 구성과 문단의 흐름은 어떻게 구상하는지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글의 분위기를 제 방식대로 이리저리 바꾸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는 '기록을 통해 삶의 궤적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충분히 값지기도 하죠.
다른 하나는 취향이 단단해졌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와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레드보다는 화이트를,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는 비밥보다 쿨 재즈가 더욱 즐기기에 좋고 편하다는 느낌을 얻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감각은 언제 어디서나 느낌과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쓸모 있는 도구가 됩니다. 여기서 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제가 감각하는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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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함과 따뜻함만 느낄 수 있는 연말이 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유독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지는 일들이 많았던 올해였습니다. 뿌옇게 된 세상이 하루 빨리 맑아져서, 각자의 삶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봄이 오길 소망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주욱 돌아봤을 때, 님의 2024년은 어땠나요? 그리고 다가올 2025년은 님에게 어떤 한 해로 남게 될까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으니, 그 의미를 어딘가에 잘 새겨 두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님이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복을 드릴 수 있는 새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올해의 마지막 레터인 만큼, 제게 개인적으로 응원을 건네주시거나 고민을 털어놓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바로 아래의 '이번 뉴스레터 어땠나요?' 버튼을 클릭하셔서 다양한 이야기를 남겨 주세요. 아니면 이 레터에 답장을 보내 주셔도 좋고요. 한 글자씩 꼭꼭 읽어서 답장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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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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