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 조감도 : 2025년 3월
꾸준함에 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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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딘가 불편한 3월입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3월은 봄 기운이 무럭무럭 피어나며 특히 월 말이 되면 점점 벚꽃 피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직도 싸라기눈이 떨어질 때도 있었고 추운 날씨가 계속되었기 때문이에요. 춘삼월에 보내드리는 이번 레터는 보다 따뜻한 기운과 함께 받아보셨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참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더랍니다. (찾아보니 춘삼월은 '음력 3월' 언저리를 뜻하는 단어라, 양력으로는 4월 즈음이 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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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유독 빠르고 바쁘게 흘러갔던 달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과 감정과 생각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 '꾸준함'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습니다. 꾸준함을 떠올렸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이번 달에 직접 경험했던 몇몇 사건들이 꾸준함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었기 때문이고요. 꾸준함을 '매일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동안 그 행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님은 꾸준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꾸준함'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요? '꾸준한 사람'은 어떤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살아가면서 '꾸준함'이 꼭 필요하긴 할까요? 이번 레터는 이 꾸준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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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 그냥 한다는 것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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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일요일.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도쿄 마라톤]에 참가, 완주를 했습니다. 추첨으로 참가자를 뽑는 이 대회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들과 호기롭게 신청했던 지난 여름부터 시작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한 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신청한 결과는 혼자서 당첨. 그때부터 '러닝 라이프'가 시작되었던 것이었죠.
'오래 뛰는 것'에 관한 한, 저는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축구를 십수 년이나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게 흥미를 주었던 것은 (짧은 거리에서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변화무쌍한 플레이였죠. 그만큼 '한 가지 행동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은 생경했습니다. 그러다가 제주에서부터 러닝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렇게 3km, 5km, 10km를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꾸준함은 곧 자신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만큼을 계속 쉬지 않고 뛸 수 있구나'하는 러닝의 자신감 도 생겼고요. '무엇 하나를 몇 시간에 걸쳐 해낼 수 있구나, 집중할 수 있구나'라며 생에서의 자신감 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자신감으로 불태우며 보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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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회 당일, 약 4만 명 가까이 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뛰면서 그 자신감은 바닥을 향해 급격하게 추락했습니다. 시작부터 흥겨운 음악과 활기 넘치는 응원 덕분에, 평소보다 빠르게 뛰면서 오버페이스를 했던 탓이었죠. 6-7km 지점부터 위기임을 느꼈습니다. 황급히 조절하려 했지만, 몸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30km 지점부터는 걷고 뛰고를 반복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여기서 그냥 포기할까'에서부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완주는 해보자'라는 생각까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는데, 정작 혼자 있는 기분에 외롭고 고독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래, 지금 걷고 있지만 걷든 뛰든 결국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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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꾸준하다는 것은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에너지, 동일한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때로는 단 1%의 관심이더라도 좋고, 언젠가는 100% 마음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걷고 뛰면서 결국 42.195km를 완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 정도가 들쭉날쭉해도 지속한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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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에 관한 또 하나의 경험이 있습니다. 3월 31일 월요일 현재,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를 74일째 계속 사용하며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죠. (こんにちは、皆さんs)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배우는 것부터 인사나 여행 회화를 배우는 것까지. 그 덕에 도쿄 마라톤 겸 일본 여행에서도 짧은 회화 문장을 자신감 있게 내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더군요. 의식하지 않으면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상황들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달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작은 단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꾸준함에 있어서는 '적은 양'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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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잘게 쪼개서 행하다 보면, 세 가지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듀오링고는 이를 도와줬던 최적의 앱이었습니다. 자꾸 언급할수록 마치 추천인 코드를 전해줘야 할 것 같지만, 저처럼 의지 박약과 완벽주의 등의 성향이라면 이러한 보조를 통해 가볍게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제가 만약 러닝 초보 단계에서 마라톤을 바로 목표로 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엄두도 못 냈을 겁니다. 앞에 보이는 표지판을 지나쳐, 1km씩 늘려갔던 것이 42km를 뛰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둘째로는 그 성공으로 인해 기분 좋은 감정이 피어납니다. 자신감과 만족감, 뿌듯함이 그 성공 경험의 면면을 둘러싸는 것이죠. 지금껏 즐겨하던 축구에서는 느낄 수 없던 묘한 감정들이 달리기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은 행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다졌던 긍정의 근육들은 일상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토대가 되더군요.
마지막으로는 일정을 계획하고 조정하기에 편리합니다. 만약 아침에 달성하지 못한 것은 저녁에 다시 도전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쉬워서 죄책감도 줄어들면, 미루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행동과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샤워하기 전에 팔굽혀펴기를 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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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아주 작은 습관의 힘]처럼 자기계발서가 되어가는 이번 레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제인 '꾸준함'은 3월 동안 계속 고민하고 깊게 생각해 본 주제였어요. 또한 많은 사람들이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레터에서 다루면서 스스로에게 꾸준함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게 꾸준함이란, 앞서 말씀드린 경험들에 비추어 볼 때, '그냥 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냥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당장, 아주 작은 힘을 들이면서" 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달리기도, 일본어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일단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 입고 신발을 신고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요. 이동 중에 생각이 들면 초록색에 눈이 동그란 앱을 눌러 로그인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쌓여 마라톤을 완주하게 만들었고, 일본인과 대화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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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꾸준하기 어려운 이유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보통은 꾸준히 하고자 하는 것은 건강, 지식, 행복 등의 긍정적인 요소를 가져다 줍니다. '이걸 하면 좋다'는 걸 다 알고 있죠.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죠. 그래서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그 요소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런데 사실 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요. 몸과 마음에 이로운 것이라면, 조금씩이라도 '그냥'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반복으로 오해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축적되어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쌓이고 쌓여서 자연스럽게 되는 형태. 이것이 꾸준함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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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비틀어 볼까요. 과연 꼭 모든 것이 꾸준해야 할까요? 때로는 꾸준하지 않음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같은 환경과 조건일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함에 대한 선택과 정의 역시 다르게 나올 겁니다.
꾸준함이 지루함으로 변할 때도 있겠죠. 제 달리기 경험에서도 있었습니다. 같은 코스를 반복하다 보면 쉽게 질리고 동력이 떨어질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루트를 발견하면서 달리려고 하니 더 즐겁고 계속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편, 삶의 다른 요소들과 균형을 맞춰야 할 때, 꾸준함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할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통의 경우 꾸준함을 미덕으로 여기긴 하지만, 삶의 방향을 바꿀 때 꾸준히 노력하는 것보다 잠시 멈추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힘을 축적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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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에 관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을 질문으로 아래와 같이 나열해봤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생각해 보면서 나만의 꾸준함에 대한 정의를 다듬어 봤으면 좋겠어요.
-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목표일까, 아니면 과정 자체일까?
- 꾸준함이 중요하지 않은 영역도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 꾸준함과 변화 사이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 편인가?
-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 중,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 궁극적으로 내 삶에서 꾸준히 가꾸어 나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나는 어떤 방식으로 꾸준함을 실천하면 더욱 즐겁고 의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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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에게 '꾸준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것들은 꾸준히 해야 하지만, 다른 어떤 것들은 꾸준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꾸준함에 대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에 '이번 뉴스레터 어땠나요?'를 통해 천천히 남겨 주세요.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꾸준함에 대해서 더욱 명확한 정의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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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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