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면서 얻은 것들 상봉 조감도 : 2025년 4월
축구다꾸 : 그리면서 얻은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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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야 날이 좀 풀린 것 같은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는 건조한 바람이 불어 산불을 일으키고, 또 어느 곳에서는 갑작스러운 비 소식으로 쌀쌀하기도 한 것 같은데요. 모쪼록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달의 주제는 저의 진정한 취미 활동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조감도'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레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바로 '다꾸',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인데요. 쌩뚱맞게 무슨 다이어리를 꾸미느냐 한다면,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수집해서 입맛대로 적절히 배치한 뒤, 그 작품의 최적의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하는가 하면, '피파온라인'이라는 축구게임의 팀 관리 화면을 직접 손으로 그려 친구들의 능력치를 임의로 조작하여(?) 재밌게 놀기도 했죠. 아무튼, 이러한 경험과 관심이 적절한 SNS 채널을 만나 급기야 부캐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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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축구'를 '다꾸'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잡고 글과 그림을 적절히 배치하여 페이지마다 팀이면 팀, 선수면 선수, 감독이면 감독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되는 셈이죠. 마치 '상봉 조감도'의 미니 버전이랄까요. 이 레터도 제작 과정은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달의 주제 '축구다꾸'를 통해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1) 백지 위에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 2) 그리는 행위를 통해 얻는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만족감이 크다는 것, 그리고 3)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님은 본인의 미적 감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그리면서 얻었던 좋은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좋아하는 것을 다르게 즐겼던 적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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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미적 감각을 키워볼까?
🧘🏻 어쩌면 명상일지도...
⚽️ 좋으니까, 좋아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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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시각'입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옛 속담도 있듯이 시각적인 정보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범위는 너무나도 넓습니다.
그 넓은 세상 살이 중에서 다시 범위를 좁혀볼까요. 삶이라는 거대한 세상을 조금 더 윤택하게 하는 취미라는 영역, 그 중에서도 '그림', '시각 예술 전시', '조각', '회화' 등의 키워드는 시각적이면서 미적 감각을 자극시키는 요소들입니다.
저는 한 번 더 깊게 들어가서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영역에서 미감을 발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말은 거창하지요? 물론 옆에 레퍼런스를 놓고 따라 그리는 수준이지만 삭막한 예술의 사막에서 한 줄기 빛이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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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형체를 그리고 수정하고 색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지만, 그중 좋은 것들만 솎아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퍼런스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는데, 여기에는 이 색깔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했을 때, 이 부분은 제거하는 게 좋겠어."
위와 같은 생각들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하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양치기와 숙성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핀터레스트' 등의 레퍼런스 집합소 채널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하게 원하는 그림을 딱 얻게 되는 경험도 있었고, 단순한 그림을 보고 조금 더 다듬으면 괜찮겠다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편, 그렇게 많이 보면서도 중요한 건 결국 '내 안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숙성의 시간이 필요했죠. 생각의 숙성이자 미감의 숙성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꾸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만족은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머릿속에 희미하고 어렴풋이 존재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꺼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미적 감각을 발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죠. 하찮은 실력으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치기와 숙성의 방식 모두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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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엄청난 퀄리티로 실물처럼 그려낸다거나 글씨체나 간격 등이 일정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이러한 작업물을 실제로 만들어 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특히 시각적인 자극, 미적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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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다꾸'를 취미로 선택한 이유는 또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바로 심신의 안정인데요. 님은 최근 무언가에 푹 빠져서 몰두한 적이 있나요? 그래서 시간을 봤더니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넘어갔던 경험이 있나요? 축구다꾸를 하면서 매번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자세로 똑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다 보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고통입니다. 다리가 저릿해지기도 하고, 어깨가 뻐근해지기도 하죠. 가끔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머리가 파사삭하고 과부하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들을 전부 상쇄할 만큼의 쾌감과 만족감, 뿌듯함도 뒤이어 따라옵니다. 이 긍정적인 기운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잡념이 사라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각했던 이미지나 목표가 실현되어 눈 앞에 존재한다는 것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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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최근 러닝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 중 하나가, "달리기는 동적 명상이다"라는 것인데요. 이 축구다꾸도 그 '명상'의 한 축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나와 내가 만든 창작물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죠. 다꾸러는 어쩌면 일상적 명상 수행자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습니다.
몰입'력'을 키운다는 점에서도 제게는 다이어리 꾸미기가 최적의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특히 도파민이 빠르고 과다하게 분비되기에, 조금은 느리지만 확실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다꾸 시간이 귀하게 느껴지네요. 또, 몇 안 되는 자아도취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왁, 나 이만큼 집중하고 이렇게 만들어 버렸잖아?"
님이 집중력 최상 모먼트는 언제인가요? 어떨 때 몰입한다고 느끼나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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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제 삶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최근 들어 더욱 커진 것 같아요. 왜냐면 가까운 사람들과 평일에도 기본기 훈련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아직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주말 조기축구를 하면서 종종 '엇, 이게 기본기 훈련의 결과인가' 싶은 때가 있습니다.
또 지금 이 조감도 레터처럼 작년 여름 즈음부터 계속 축구 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축구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짚어보는 게 재밌기도 하고, 그 속을 더욱 깊게 파고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애정이 샘솟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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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축구를 다이어리로 그려내는 것까지 시도하다 보니,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하나 더 발견한 것 같아 아주 기쁜 마음입니다. 누구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모저모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어서 나름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더욱 기대되는 건, 아직 다른 방식의 즐거움이 무수히 남았다는 것입니다. 저만큼, 아니 저보다 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 축구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 기획도 실현해 보고 싶거든요. 언젠가 하나씩 꼭 현실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축구다꾸를 실제로 했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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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들이 쌓여 하루하루가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다이어리 꾸미기, 그리기를 통해 나만의 감각을 발견하고, 축구라는 좋아하는 것을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건 꽤 멋진 일이더라고요. 무엇보다, 결과물이 어떻든 그것을 향해 집중한 시간이 제 안에 남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님은 요즘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내가 이걸 이렇게까지 좋아했었나?’ 하고 느낄 만큼 푹 빠져본 적 있으신가요? 또는 새로운 방식으로 익숙한 취향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경험은요? 한 번쯤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나는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일까?
- 최근, 나를 몰입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한 달도 각자의 취향이 주는 작은 기쁨 속에서, 그리면서 얻는 것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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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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