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되고 반복되는 질문은 삶을 윤택하게 해요 안녕하세요. 이번 달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님에게 언제나 레터 시작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인데요. 이 질문이라는 것을 조금 더 깊게 살펴봤습니다. '질문'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작게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며 상대방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고, 크게는 그 사람의 주변적인 것들을 통해 내 삶에 비추어 볼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제게 질문은 얼마간의 애정이 담긴 취향의 영역에 속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질문을 품고 내뱉고 있어요. 일에 대한 것, 사람과 사랑에 대한 것,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 세계 전반에 대한 것들까지. 내 안에서 피어난 질문이라는 꽃은 그 잎이 하나씩 주변 사람들에게로 퍼져서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의 꽃을 또 피워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내 주변엔 넓디 넓은 꽃밭이 생기죠.
그 꽃밭을 일구어 가는 과정을 '인터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터뷰라는 것, 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듣고 재차 대화를 나누는 일련의 순간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순간들이 이번 달을 채우게 되었는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아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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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는 무엇인가요?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거기서 어떤 생각을 새롭게 떠올렸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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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INTER + VIEW
👤 결국 나를 알게 되는 행위
💬 SELF INTER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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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무언가의 서사 혹은 역사를 따라가보는 걸 좋아합니다. 인터뷰라는 단어부터 살펴볼까요? 영어로는 inter라는 접두사와 view라는 어근이 합쳐진 단어인데, '서로 (같은 것을) 보다'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요. (갑분영어교실) 한편, 고대 프랑스어에서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 앙트레뷰(entrevue)가 있는데, 이 역시 '면대면 만남' 등의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여러 어원이 모두 '서로 (마주 또는 같은 것을) 본다'는 느낌이 있죠?
다시 말씀 드리자면, 저는 무언가의 스토리를 되짚어 보는 걸 흥미롭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라는 행위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 사람만이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순간들의 합인 것 같아요. 때로는 일련의 사건들에 감정이입하기도 하고, 심심한 위로를 건네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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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는데요. '천재 이승국'이라는 채널 아시나요? 이승국이라는 사람은 '엔터테이너'로서 말 그대로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분의 인터뷰 영상들을 통해 "나도 누군가를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기록이나 언론 보도를 위한 것이 아닌, '대화와 관계의 방식'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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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터뷰어(interviewer)와 인터뷰이(interviewee)는 서로 같은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고유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나아가 인터뷰이는 준비된 질문에 감탄하면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 이러한 장면들이 인터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측건대 아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켜켜이 쌓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적재적소에 반응하며 질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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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영상으로 인터뷰가 가진 힘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면, 최근에는 보다 가까운 사람들이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나누는 걸 옆에서 보고 들으며, '이 사람들을 인터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저만큼 축구에 진심인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의 생각이었죠. 아마추어 선수들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기본기 연습을 하거나 축구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전지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고, 대회 기간 중에는 서로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는 모습을 목격한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니! 어쩌면 이 사람들과 대화한 것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경험을 할 것만 같았습니다.
좋은 기회로 이 선수들의 대회를 서포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모든 일정을 함께 소화하면서, 과연 이 분들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금 이 사람들의 고민은 무엇이고, 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을까? 등 여러 질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회 중에 인터뷰를 바로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조만간 한 분씩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지 않을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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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 봅시다. 우선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겠네요.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민해 본 답변은 인터뷰를, 혹은 질문을 준비하며 인터뷰리의 서사, 취향, 감정, 경험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인터뷰어(본인)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요.
본격적으로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것도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편으로는 삶 자체를 '인터뷰하듯'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과연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우선 첫 번째로 세상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모토이기도 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해상도를 높인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볼 수 있죠. 세상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당연함에 익숙해지는 것을 막고, 모든 것에 질문하면서 다르게 바라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삶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 사건들을 넘어서 그 뒤의 맥락을 알아가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순간적인 판단보다 느릿한 이해가 우선이 되는 삶, 꽤나 매력적이지 않나요? 이해를 통해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는 곧 침묵이나 공백을 숙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결국 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게 될 텐데요. 그 기록은 곧 나의 아카이브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정보나 궁금했던 것들을 적어 놓은 노트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수많은 질문들. 결국 '나'를 보여주는 취향과 시선이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그 기록들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무언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진정한 '조감도'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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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레터도 더욱 '조감도스럽게'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셀프 인터뷰'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스스로 최근에 떠올린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변한 내용이니, 님에게 더욱 와닿은 부분이 있다면 한 번 같이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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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끌리는 단어 하나를 고른다면?
왜 그 단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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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요즘 더 좋아하는 취향. 재즈는 하나의 음악 장르를 넘어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함. 적당히 유쾌하고 즉흥적이며, 실수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음. 최근에는 재즈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제로 레슨을 받기 시작함. 운이 좋게도 일터 근처에는 피아노 연습실도 있어 퇴근하고 주구장창 건반을 두드릴 예정.
(초반 기세로 승부하는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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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하루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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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떨림
환경의 변화,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던 최근이라서. 또 성향 상 갑작스럽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해서. 그렇지만 일상에 여러 장치들을 심어두었기 때문에(앞선 재즈도 그 중 하나임) 비교적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요즘임. "사람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 (최근 겪은 일들이 모두 처음이라 더욱 그런 것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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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록'이라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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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효능.
일단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삶의 밀도를 높여주기 때문. 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끝나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면 더욱 짙게 남길 수 있음. 그 중에서도 아날로그적인 기록을 선호하는 편. (직접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또 길게 늘어진 시간이라는 선을 슝하고 압축적으로 줄여주기도 하고, 기록하는 그 순간에 얻는 만족감(특히 손으로 적을 때)이 있기 때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것에 대해 기록하면서 오히려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경우도 왕왕 많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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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기억에 남는 기록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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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자소서들.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때, 메모 어플에 'JOB'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자소서 내용과 그에 따른 예상 질문을 적어둔 기록들이 떠오름. 사실 안에 있는 내용물은 별 볼 일 없는 것들이지만, 이따금씩 이 폴더를 보고 있노라면 그때 맛봤던 좌절감과 외로움 따위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다가 작은 코웃음으로 휘발됨. 1) 세상 일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2)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 3) 그럼에도 당시에는 그것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 등등 여러 생각과 감정이 뒤섞여 그 시간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함. 조금 옅어지면 아마 이 폴더는 정리하게 될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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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레터는 상봉에게 어떤 의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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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근데 이제 한 달에 한 번 울리는.
1년 6개월 지속하고 있는 이 행위는 지속적으로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주는 고마운 녀석이라고 생각함. 취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것이 변할 수 있는지, 변하지 않는 취향은 무엇인지, 또 취향이 굳이 꼭 필요한 것인지 등등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만드는 존재. 한편, 그것을 매달 고민해야 한다며 꼭 한 번씩은 바로 옆에서 종을 울려대는 귀엽고 깜찍한 친구. 그래서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일깨워 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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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를 준비하면서 떠오른 질문들에 답변을 하는 과정은, 실제로 스스로를 좀 더 잘 알도록 해주었습니다. 님도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본인을 인터뷰어이자 인터뷰이로 설정한다면, 어느 부분이 제일 궁금하신가요? 고민해보는 것 자체가 결국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글을 수정하다 보니 레터 발행일이 늦어졌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다음 호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또 다시 셀프 인터뷰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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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에 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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