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 IS EVERYWHERE 안녕하세요. 점점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유월의 마지막, 상반기의 마지막입니다. 이번 한 달과 1월부터 유월까지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어 보면서, 이번 레터를 가볍게 보면서 다가오는 하반기를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목에서도 보셨듯이, 올해 유월은 제게 '재즈'와 '피아노'로 가득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또, 김겨울님의 [아무튼, 피아노]를 읽으면서 (재즈)피아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향유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그것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몸으로 참여할 수가 없다. 혹은 온몸으로 참여하면 더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싫어하고 낱낱히 사랑하게 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번 달을 압축하여 표현한 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직접 몸을 움직여 건반을 누르면 나오는 소리들에 집중하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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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래서 이번 레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볼까 고민했습니다. 키워드로 먼저 나열해 보자면, [피아노, 배움, 성장, 재즈, 유연함, 즉흥성, 마음가짐, CULTIVATION]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키워드의 순서는 아래의 글의 순서와 동일한데요. 과연 '재즈'와 'CULTIVATION'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과정을 염두하여 레터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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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피아노를 (다시) 배우게 된 계기
🎺 JAZZ IS EVERYWHERE
🌲 낭만과 낭비로 가꾸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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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앞에 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 중 하나로 '음악'이 필수적이라는 가치관을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세 살 터울 누나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죠. 어깨 너머로 들리는 클래식 음악들을 듣고 휘파람으로 멜로디를 따라가는가 하면, 어느정도 숙달이 된 곡에는 어떤 화음이 어울릴까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된 후로는, 다양한 장르를 디깅(diggin')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악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음악'에 대한 가치관은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삶이라면 더욱 근사하겠다"는 결론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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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독 피아노는 친해지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심지어 실제로 몇 곡은 칠 수 있었지만 악보를 보는 것이 아닌 손가락의 위치를 그대로 외워서 치는 것에 불과했으니까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되었는데, 열 개의 손가락으로 까맣고 하얀 것들을 수시로 바꿔가며 누르는 행위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피아노적인(?) 관점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던 찰나, 재즈가 다가왔습니다. 빌 에반스, 맥코이 타이너, 키스 재럿 등등 재즈 피아노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듣다 보니 '실수인 것 같기도 하고 유려한 연주인 것 같기도 한' 피아노 선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게다가 때마침 전폭적인 지지와 칭찬을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나 지금 이렇게 '재즈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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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시적으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관점에서 피아노는 최적의 도구였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느꼈던 점들을 다음과 같이 살펴 본다면, 1) 연습한 만큼 그대로 결과가 드러난다는 것, 2) 아직 서툴지만 그 성장의 느낌을 온전히 얻는다는 것, 3) 음과 리듬에 온전히 집중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 4) 특히, 좋아하는 음악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해 더 배우는 과정인 것도 같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라고 느끼며 적지 않은 겸손을 배우게 되고, 실수하더라도 계속 도전해보는 용기를 얻게 되기 때문에요. 그리고 그 겸손과 실수의 미학은 '재즈'라는 장르에서 더욱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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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의 서두에서 언급한 [아무튼, 피아노]라는 책에서, 작가는 클래식과 재즈의 특징을 짚으며 자신의 성향과 연결시킵니다. 준비된 악보에 그려진 음표와 쉼표를 충실히 지켜내는 것은 클래식 피아노의 특징으로, 최소한으로 정해진 코드 안에서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것은 재즈의 자질로 표현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제 본래의 성향은 클래식, 추구미는 재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어진 것에 집중력 있게 임하고 정해진 루틴이 있는 삶 속에서 존재해 왔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움과 변주를 찾는 마음이랄까요. 요즘은 그 두 가지 모두 공존하는 듯합니다. 안정과 도파민 모두 챙기고 싶은 욕심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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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직장을 다니고 있는 터라 하루의 흐름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을 하며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피아노를 치고" 운동을 하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면 똑같은 일상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볼까요?
월요일에는 한 주의 시작이니까 이번 주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천천히, 확실히 정리합니다. 출근길에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가사 없는 재즈 피아노 혹은 보사노바나 쿨재즈 몇 곡을 들으면서 오고요. 금요일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빠르게 처리하면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빠르게 휘몰아치는 영화 위플래시(Whiplash)의 동명의 음악이나 카라반(Caravan)을 들으며 집중력 있게 시간을 소비합니다.
감정도 무수히 변하게 됩니다. 월요일은 (대체로) '이 한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negative)' 하며 (억지)웃음을 만들고, 금요일은 다가오는 주말 덕에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눌러 담으며 주변의 기분 좋은 감정을 끌고 오죠. 이렇듯 삶의 면면들은 '각자의 리듬'이 있기 마련이고, 이것이 곧 재즈다운 삶이 아닐까요? 기본적인 삶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그 안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감정이라는 계이름을 다르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24년 10월에 발행한 재즈 레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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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그간의 고민이 해결되는 영상을 접했습니다. (아래 링크) 자기개발에 관한 영상인데, 거기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건 'CULTIVATION'이라는 단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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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의 종류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삶을 윤택하는 것으로 'CULTIVATION' 이 있다고 합니다. (나의 마음과 삶을) '경작'이라는 의미가 있는 이 단어는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취미' 혹은 '취향'과 연관됩니다. 그런 점에서 재즈 피아노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일종의 낭만을 만들어 가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어쩌면 '낭비'와도 가까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낭만은 낭비라고 불리면서 점점 불어나는 내 마음인 셈이죠. 누구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그저 내가 무언가를 즐기고 변화를 경험할 때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 것. 이것이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진정한 CULTIVATION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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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말로는 해상도 높은 삶을 위한 행위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창이 더욱 선명해지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거나 저처럼 피아노를 치고, 또 요리와 같은 영역에 발자국을 남겨보는 것이죠. 취향이라는 단어도 비슷합니다. 결국 내 주변을, 내 안과 밖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흔히 이야기하는 '자기개발'을 해야지라며 불안과 걱정과 고민을 만들어 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개발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스펙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감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삶을 책으로 비유할 때 그 안의 수많은 페이지를 전부 다른 방식으로 새겨 넣는 것이죠. 저는 그 중에 몇 페이지를 재즈와 피아노로 구성하는 중입니다. 과연 이 페이지들로 어떤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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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역순으로 정리해 보면, 각자가 좀 더 윤택한 삶을 누리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느낌이 들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백 번 양보해서 뭐 낭비하면 어떤가요. 그때만큼은 행복했잖아요?
여기서 재즈를 삶에 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가 내린 선택들이 실수처럼 느껴질 때면, 실수로부터 새로운 연주가 시작되는 재즈라는 장르를 떠올려 보세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음과 리듬을 얹어도 꽤 괜찮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건반 위에서 한 달을 보낸 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아직 서툴지만 재즈 피아노는 계속 배울 예정입니다. 직접 치는 것은 물론 너무 재밌고, 피아노를 치면서 오히려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으니까요! 또 하나의 CULTIVATION 방법을 찾았습니다. 님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아래 "이번 뉴스레터 어땠나요? 💌" 버튼을 눌러 이야기를 나눠 주세요.
그럼, 다음 호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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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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